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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10-16 15:10
입에 좋은 음식, 몸에 좋은 음식
 글쓴이 : 가운 김학동 (58.♡.249.8)
조회 : 17,671  

식품영양학 박사로 '영양학'적으로만 신경
비염·두드러기 치료하며 새로운 세계 체험
 
 
깨끗한 먹을거리가 건강을 지켜준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몸보다 입에 좋은 음식에 끌려 건강을 해치고 있습니다. 이미경씨가 그랬습니다.
 
출판기획자로 일하는 이미경씨는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했습니다. 박사 과정까지 다녔지요. 식품영양학은 자신이 매일 먹는 먹을거리를 다루기 때문에 재미 있었습니다. 어떤 식품에 어떤 영양소가 들어있는지, 그 영양소는 몸 안에서 어떻게 얼마나 흡수가 되는지, 식품을 조리하면 성분은 어떻게 변하는지 등등.

이씨는 학교에서 배운 공부를 실생활에 적용했습니다.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고 해서 고단백 음식인 달걀을 먹었고 고기도 많이 먹었습니다.
 
"20대 때는 특히 고기를 좋아해서 돈가스나 함박스테이크를 자주 사먹었고, 튀김과 빵도 많이 먹었습니다. 우유는 완전식품이라고 해서 고농축 제품을 사 먹었습니다."
 
어려서부터 감기에 자주 걸렸던 이씨는 영양학에 좀더 신경을 썼습니다. 어린 시절 감기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었습니다. 감기는 꼭 비염을 남기고 떠나 그는 콧물을 달고 살았습니다. 콧물 때문에 숨쉬기조차 어려웠습니다. 비염은 병원을 다녀도 낫지 않았습니다. 비염은 결혼 뒤 우연히 고치게 됐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시골에서 온 할머니가 죽염수로 코를 헹구면 좋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반신반의했지만 3개월 가량 죽염을 물에 타서 코를 씻었더니 비염이 사라졌습니다. 신기했습니다. 병원에서 고치지 못하는 비염이 이렇게도 나을 수 있다니. 물론 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죽염요법'이 듣지는 않을 터이지만 어쨌든 그는 나았습니다. 정통 학문, 그것도 서양과학에 기초를 둔 식품영양학을 공부하는 그가 처음 느낀 '이상한' 체험이었습니다.
 


이씨에게는 비염보다 더 고통스런 병이 있었습니다. 밤 11시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두드러기였습니다. 남들에게 쉼과 재충전의 시간인 밤이 이씨에게는 공포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때만 되면 목 아래 부위 온 몸에 두드러기가 돋아났습니다. 징그럽기도 했지만 가려움은 참기 힘들었습니다. 피부가 벗겨지도록 긁어도 가려움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병원에서 타 온 약을 먹으면 가려움이 사라져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혼 뒤 아이를 가지면서 문제가 됐습니다. 약을 먹을 수가 없게 되자 밤이 무서웠습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던 이씨는 어느날 대학원 때 읽은 외국 논문이 생각이 났습니다. 캐나다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였는데 과잉행동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친환경 농산물로 만든 식사를 제공했더니 증세가 나아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유기농산물을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1991년 유기농산물도농직거래운동을 하는 한 단체의 회원이 됐습니다. 먹을거리 재료는 모두 제철에 나는 유기농산물을 썼고 식단도 채식으로 바꿨습니다. 외식을 삼갔고 직장에도 도시락을 싸갔습니다. 그러자 차츰 증세가 완화되더니 3년 쯤 지나자 어느 순간 두드러기가 없어졌습니다.
 
이씨는 새로운 세계를 만났습니다. 그는 유기농산물에서 시작해 환경, 농업, 생명 등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상적인'혼란기'였지만 그가 구독한 <녹색평론>은 식품영양학도였던 그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그는 두 아이를 키우며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됩니다. 지금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은 그가 유기농산물을 먹기 전에 가진 아이입니다. 그래서인지 딸아이는 어려서 천식이 심했고 아토피도 있었습니다. 어릴 때는 밤에 잠을 자다 기침과 함께 호흡 곤란이 생겨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갈 때도 많았습니다.
 
"그 때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갔는데 돈을 많이 들여 집수리를 했어요. 새집 증후군 같은 것은 아예 몰랐고, 인테리어 공사 때 몸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많이 쓴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천식이 있는 아이에게는 최악의 환경이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와요."
 
음식을 바꾼 뒤 딸아이의 천식과 아토피는 차츰 좋아졌습니다. 천식은 다 나았고 피부가 조금 거칠기는 하지만 아토피 증세도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큰 아이에 비해 두드러기를 고친 뒤 낳은 둘째, 아들은 무척 건강합니다. 잔병치레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이씨는 성격이 느긋하고 차분한 둘째를 보면서 먹을거리가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큰 아이도 먹을거리를 바꾼 뒤 성격이 무척 차분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기농산물로 아이를 키우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큰 아이는 먹는 것을 두고 '잔소리'가 많은 엄마를 한때 무척 싫어했습니다. 그 자신도 직장에서 "음식에 저렇게 까탈을 부리니 성격이 저 모양"이라는 뒷말도 들어야 했습니다. 결국 회식 자리에서 고기를 조금 먹고 술도 한두 잔 마시는 식으로 타협을 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음식 문화는 참으로 문제가 많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마구 먹고 있어요."
 
그럼에도 이씨는 아이들에 대해서만큼은 타협이 없습니다. 아이들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큰 아이는 2년 전 학교 급식 파동이 난 뒤 식당 밥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도시락을 싸갖고 다닙니다. 그는 학원을 마치고 엄마가 운전하는 승용차 안에서 다른 학원으로 가는 동안에 패스트푸드를 먹는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습니다.
 
이씨는 요즈음 먹을거리와 관련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사찰 음식 공부입니다. 채식 요리를 익혀 식단을 보다 다채롭게 하고, 우리나라 전통 먹을거리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다고 합니다.
 
"결혼을 앞둔 연인이나 임신 계획을 세운 부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아이를 갖기 전 1~2년 전부터 깨끗한 음식을 먹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몸을 정화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해지고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어요."
 
권복기 한겨레 공동체전문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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