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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3-10 10:25
또 눈 내리는 포항, 그리고 아침시간.
 글쓴이 : 가운 김학동 (211.♡.93.95)
조회 : 10,803  

또 눈내리는 포항, 그리고 아침시간.

아침에 안사람의 “와! 눈이다”라는 한마디에 눈이 번뜩 뜨였습니다. “아침밥 먹어”라는 달콤한 말에는 절대 잠에 대한 절개를 굽히지 않는 나인데 잠을 깨게 되었습니다. 역시 난 프로 한의사입니다.

머리 속에서 출근을 어떻게 해야 될지 굴리면서 면도를 합니다. 난 한 번에 두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전천후 뇌를 지녔습니다. 다른 분들도 가능한 재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직까지는 나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알고 싶은 마음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택시를 탈까?’하다가 가장 먼저 떠 오른 생각은 다른 사람들도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출근길 교통수단에서 지워버렸습니다. 역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출근을 해야 될 것 같았습니다.

‘오늘 같은 날 버스를 타야 돼!’ 역시 색다른 아이디어입니다. 이곳은 외진 곳이니 버스를 타면 앉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행복한 생각에 젖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버스가 다니나 확인해 봐야될 것 같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도로를 계속 봤습니다. 이런~~우라질네이션!!! 컥. 버스가 안다닙니다.
역시 버스입니다. 내가 타려 할때는 코빼기도 안 보이는 것이 버스라더니 오늘도 그렇습니다.

버스를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궁리해봅니다. 2년전에 내가 스키를 배웠다는 사실이 떠 올랐습니다. ‘스키를 타고 갈까?’ ‘음! 스키 장비가 없군’ 이제는 별의별 잡생각을 해보기 시작합니다. 내 머리도 결코 좋은 머리는 아니었나 봅니다.

결국 내차 가지고 가기로 했습니다. 아직도 눈이 옵니다. 이런 날은 조용히 집에 있고 싶습니다.

차위의 눈을 치우는데 이건 눈이 아니라 똥덩어리, 얼음덩어리입니다. 무거워 죽겠습니다. 손 시려 죽겠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이런 허연 것을 보고 좋아라 했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차가 뱅글 돕니다. 내 눈도 돕니다. 머리는 미친 듯이 돕니다. 이러다 미치는 것 맞는 것 같습니다.

큰 관광버스가 앞에 갑니다. ‘앗! 재수. 버스 뒤에 붙어서 가자!’ 역시 난 똑똑한 사람 맞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 큰 차가 길을 내주니 운전하기가 참 쉽습니다. 그래서 날씨 안 좋은날 와이프 옆에 내가 바짝 붙어가나 봅니다.

한의원에 도착했습니다. 넘 일찍 왔습니다. 주차장에 있는 눈을 뭉쳐서 한번 던져 보았습니다. 아~, 손시려. 화살이 꺼꾸로 날아갈 수 없듯 나이먹으니 동심으로 돌아가기가 힘듭니다. 역시 말로만 청춘을 돌려다오입니다. 

한의원 문앞 도로를 관리인 아저씨가 쓸고 있습니다. 나도 눈 치우는 것을 도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내 집앞이니까~~~. 갑자기 난 너무 착한 남자라는 생각이 가슴속에서 뭉클하게 들기 시작합니다.

열심히 눈을 치웠습니다. 역시 똥덩어리입니다. 무거워 죽겠습니다. 왜 사람들이 우리 한의원을 와서 침을 맞는지 이해가 됩니다. 허리가 부러질 것 같습니다. 아고~~

“원장님!. 원장님!” 간호사가 단발마로 갑자기 부릅니다. 나를 좋아서 부르는 소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응급상황인 듯 한데...

이런 써글~~. 차 한대가 한의원 앞 벽을 살포시 안고 뽀뽀를 하고 있습니다. 눈에 취해서 추태를 부리고 있음이 확실합니다. 근데 운전자가 없습니다. 어디 간거야??. 누가 이렇게 화려하게 주차를 하고 간거야?

농협에서 아줌마가 나옵니다. 갑자기 차가 없어져서 통장도 놔두고 왔답니다. 차 우리집 앞에 있는 거 보고 안심하고 다시 통장 가지러 갑니다. 난 지나가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다시 옵니다. 미안하다고 합니다.

차를 확인하니 핸드브레이크는 내려져 있고 기어는 D에 있습니다. 주인은 기어가 P에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그거는 어제밤 주차할 때 상황이고 지금 현재 now는 D에 있습니다”라고 살짜기 환기시켜 드렸습니다. 경황이 없는 아줌마한테는 별 설득이 안되고 있지만 조리있게 말하는 내 자신이 뿌듯합니다. 

차빼고 소중한 내 인테리어를 확인합니다.
‘우띠~~박을려면 조금만 더 세게 박지’ 물어 달라고 하기에도 조금 난감합니다. 발로 툭치니 시멘트 툭툭 떨어집니다. 타일 떨어집니다. 이따 인테리어 견적 내봐야될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눈을 왜 좋아했는지 여전히 이해가 안됩니다. 그땐 철이 없었음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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